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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플라톤, 아름다움의 진짜 얼굴을 묻다.

by moamoa7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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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진리'를 사랑한 철학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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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게 전부일까?

SNS 속 사진 한 장. 반짝이는 여행지. 감각적인 색감, 완벽하게 세팅된 카페 테이블.

우리는 스크린을 내리며 속삭입니다. "아 예쁘다, 나도 가보고 싶어"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진짜 아름다움은, 이 화면 너머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닐까?'

2,400년전, 이런 질문을 던진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플라톤(Plato).

그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사람이었죠.

 

플라톤은 누구인가?

플라톤은 기원전 427년경, 고대 그리 아테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철학 인생은 스승 소크라테스와의 만남으로 시작되었죠. 소크라테스가 처형된 이후, 플라톤은 스승의 사상을 정리하고, 철학을 통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아케데미아'라는 학교를 세웁니다. 이는 훗날 '아카데미(academy)'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기도 했어요. 그는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대부분이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철학자들의 딱딱한 논문과는 달리, 이야기 속에서 철학이 자연스럽게 펼쳐지죠.

 

진짜가 아닌 세상?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플라톤 철학의 핵심은 이데아 이론 입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동굴의 비유예요. 

플라톤은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진짜가 아니야. 우리는 마치 동굴 안에 갇혀,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있는 것과 같지." 그림자는 실제 사물의 모양을 담고 있지만, 실체는 아니죠. 이처럼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감각적 대상은

이데아(idea)라는 진짜 존재의 불완전한 모사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때의 '이데아'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절대적인 진리, 완전한 원형이예요. 의자의 이데아, 정의의 이데아, 그리고 아름다움의 이데아까지.

우리는 그것들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진짜'를 향한 갈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그럼 아름다운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어요. 사람의 외모, 풍경, 건축물, 그림, 음악등.

하지만, 플라톤에게 중요한 건 감각적인 아름다움 너머의 세계였어요. 그는『향연』에서 아름다움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1. 한 사람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끌리며 시작해서
  2. 점차 여러 사람의 아름다움으로 확장되고
  3. 그 다음에는 영혼의 아름다움, 지식의 아름다움으로 나아가
  4. 결국에는 ‘아름다움 그 자체’, 즉 이데아에 도달하게 된다.

이 과정을 그는 '미의 사다리'라고 불렀어요. 사랑은 육체에서 시작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완성된다. 예술을 통해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미 그 사다리를 한 발 디딘 것일지도 몰라요.

 

플라톤은 예술을 싫어했다?

네, 플라톤은 예술에 꽤 비판적이었어요. 그는 예술이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 현실도 이미 이데아를 모방한 것이니, 예술은 진실에서 두 단계나 멀어진 '모방의 모방'이라는 거예요. 특히 시인과 배우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 이성을 흐리게 한다고 보고,『국가』에서는 이상적인 사회에서 시인을 추방하자고까지 말합니다. 예술이 감동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리를 가리는 환상이라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본 거죠. 이 부분에서 플라톤은 꽤나 냉정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는 진리와 아름다움 사이의 선을 지키고자 했던 철학자였어요.

 

플라톤이 후대에 끼친 영향

플라톤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이 그의 사상을 계승하거나 반박하면서 미학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어요.

칸트는 미를 판단하는 인간의 주관성에 주목했고, 헤겔은 예술을 ‘정신의 역사적 표현’이라 보았으며, 니체는 예술을 삶의 의미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니 미학사를 들여다보면, 그 출발선에는 늘 플라톤이 우뚝 서 있는 셈이죠.

대의 그림자 속에서.

현대 사회는 동굴보다 더 화려하고 그림자로 가득 차 있어요. 인스타그램 속 필터, 광고 속 완벽한 이미지, AI로 만들어진 가상의 예술 등.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자주 묻습니다. "이건 진짜일까? 나는 진짜를 보고 있는 걸까?"

플라톤은 지금도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야. 진짜 아름다움을 원한다면, 그 너머를 보렴."

 

'이데아'를 향한 작은 발걸음

플라톤의 미학은 단순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진짜를 구별하고, 깊이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죠.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잠시 흔들릴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무엇이 진짜로 나를 감동시켰는지, 어떤 아름다움이 내 삶을 바꿨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지금 여러분이 좋아하는 그 그림, 음악, 글 한편.

혹시 그것이 진짜 아름다움으로 가는 사다리의 첫 발걸음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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